학점은행제로 3만여명 학위

[중앙일보 2005-02-17 21:10]


[중앙일보 김남중] "살아오면서 '지식 부족'에 대한 열등의식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배울 수 있는 데까지 뭐든지 배워보자는 생각에서 학점은행을 통해 학위를 따게 된 것입니다. 80 전에 박사학위까지 도전할 생각입니다."

17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학점은행제 학위 수여식에서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로 학사학위(심리학 전공)를 취득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주는 우수상을 받은 김진호(72)씨의 목소리는 여느 젊은이 못지 않게 힘이 넘쳤다. 제주도에서 농사일을 하는 부모를 뒀던 그는 50여년 전 동아대 법학과에 입학했으나 가정 형편상 1학년을 가까스로 마친 뒤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 후 부산에서 재봉틀 생산판매업을 하면서 생계를 잇다가 사업에 실패한 뒤 서울에 올라와 복권 판매 대리점을 운영했다. 복권 판매 대리점 모임인 한국복권협회 회장을 하다가 1995년 은퇴한 그는 그 해에 문을 연 고려대 사회교육원 전문가 과정에 들어갔다. 62세라는 고령이었지만 학업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98년 '학점은행제'가 도입되자 그는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학점은행제는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교육부에서 지정받은 449개 교육훈련기관(기술계 직업전문학교.훈련원.학원 등 포함)에서 일정 학점(학사 140학점, 전문학사 2년제 80학점, 3년제 120학점)을 취득하면 교육부 장관 이름으로 학사학위를 주는 제도다. 그는 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 105학점 등 경희대.서강대 평생교육원 등을 돌며 6년여에 걸쳐 필요한 학점을 모두 땄다. 1주일에 4일 정도 출석하는 등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오전에 일찍 강의를 들으러 나갔다가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머무른 날도 적지 않았다. 그는 올 2학기에 교육대학원에 진학한 뒤 내친김에 '상담심리학'을 더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따겠다는 각오다. 불우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면서 여생을 보낼 계획을 세워둔 때문이다.


98년 시행된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받은 인원은 이번 취득자를 포함해 학사 1만3666명, 전문학사 1만8587명 등 3만2253명에 이른다. 학점은행제는 현재 1만4731개 과목이 개설돼 있으며 전공 분야는 학사 213개, 전문학사 211개로 2004년 현재 2만7971명이 등록해 학습 중이다. 학점은행제 관련 사항은 한국교육개발원 홈페이지(www.edubank.kedi.re.kr)나 상담실(02-3460-0425)로 문의하면 된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